헥토르 : 어이, 파리나
잠깐 기다려！
파리나 : 왜요？
헥토르님.
전 지금부터 보수에 걸맞은
실력을 보여 줘야 한다구요.
헥토르 : 그 보수에 관해서 말인데
내 가신한테서 일리아 용병의
시세에 대해서 들었거든.
파리나 : ...네？
헥토르 : 보통은 전투 한 번 당 계약을 새로 맺고,
더군다나 위로금 같은 건 필요없다더라.
２만 골드는
말도 안 되는 액수라고 하던데.
파리나 : 그건...
헥토르 : 보수는 랭크마다 기사단에서
정해 주는 거잖아？
네 실력이라면 기껏해야
２０００Ｇ가 적절하다고...
파리나 : 아니거든요！
저는 ４０００Ｇ라구요！
헥토르 : 호오, ４０００이라.
파리나 : 아...
헥토르 : ２만 골드 같은 소리 하고 있네！
너 역시 바가지 씌운 거지！？
파리나 : 따, 딱히
바가지 씌운 건 아니에요.
제 실력에 비해
여태까지 받은 게 턱없이 모자랐던 거죠.
헥토르 : 야, 눈알 굴리지 마라.
파리나 : 게다가 봐요, 이번 계약은 장기간
임무잖아요.
페가수스가 먹을 식사 같은 게
필요하다구요.
헥토르 : 호오. 그래서, 얘는 뭘 먹는데？
당근？
파리나 : 아니거든요！
페가수스를 말 취급하는 거예요！？
헥토르 : 말 맞잖아！
파리나 : 아니거든요！
페가수스는 고귀한 생물이라구요！
먹는 것도 고귀한
당근이 아니면 안 먹어요！
헥토르 : 결국 당근 맞잖아！
파리나 : 아니거든요！
아, 아무튼！
받은 이상 제대로 일할 거예요.
그러면 문제없잖아요！
자 지켜보세요！
헥토르 : 아, 거기 서！
파리나 : 후우...
......
헥토르 : 어이, 파리나！
잠깐 할 얘기가...
？
어이, 왜 그래？
파리나 : ......
어, 어라？
헥토르님이잖아요.
헥토르 : 너, 꽤나 지쳐 있네.
괜찮으니까 좀 쉬고 있어.
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.
파리나 : 싫어요.
다정한 고용주인 척해도
안 속을 거라구요.
받은 보수는
절대 안 돌려줄 거예요.
헥토르 : 바보야, 돈은 이제
상관없어.
너 그렇게 돈돈거리면
구두쇠라고 손가락질 받을걸.
파리나 : 딱히 상관없어요,
돈만 받을 수 있으면.
돈에 집착한다고 구두쇠라니, 그런 건
가난을 안 겪어본 사람이나 하는 말이에요.
헥토르 : 그건...
그럴지도 모르지만
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
있을 거 아냐.
파리나 : 그런 건
저한테 필요 없어요.
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
가자, 머피.
헥토르 : 어, 어이
잠깐 기다...！
파리나 : 어라... 잠...
꺄악！
헥토르 : 우왓！
파리나 : 아야야야...
헥토르 : 미, 미안！
괜찮아？
파리나 : 제, 제가
지친 걸 기회 삼아서
엄청 불순한 짓을
저지르려고 한 거죠！
헥토르 : 아니라고！ 그, 그러니까
미안하다고 했잖아！？
그것보다 떨어지는 너랑
부딪혀서 아픈 건 오히려 나라고！
너나 플로리나나
왜 이렇게...
파리나 : ！！ 제 동생한테까지
손을 댄 거예요！？
헥토르 : 안 댔거든！
됐으니까 이제 그만 거기서 비켜！
파리나 : 저희 피오라,
파리나, 플로리나 셋이
일리아를 대표하는
미인 자매니까...
세 명 모두 내 여자로 만들어 주마,
헤헤헤... 같은 상상하고 있었죠！
헥토르 : 지금 네가
상상하고 있었잖아！？
파리나 : 흥, 역시 귀족은
죄다 똑같아.
우리들 용병을
물건 취급하고 있었군요！
헥토르 : 어이, 파리나！
...나 참, 저 녀석 머릿속은
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...？
파리나 : ...하아...하아...
조금...
무리했나...？
왠지... 몸이...
헥토르 : 어이, 파리나！
겨우 찾았네！！
지난번 일 말인데...
！？
어이, 파리나！？
파리나 : 언니...
헥토르 : 어이！？
정신 차려！
파리나 : 음...
헥토르 : 정신이 들어？
파리나 : 어라, 나...？
헥토르 : 갑자기 쓰러져서
진짜 걱정했다고.
괜찮아？
파리나 : 고... 고마워요.
일단은 감사를 표할게요.
당신이 없어도 저 혼자서
어떻게든 했을 거라 생각하지만요.
헥토르 : 귀여운 구석이 없는 녀석이야,
정말이지.
너 그렇게 혼자서
무모한 짓 하지 마.
여차할 때는 나나 다른 놈한테
얘기하면 될 거 아냐.
파리나 : 얘기한다 한들,
소용없는 걸 어떡해요.
용병인 저를 굳이
도와줄 의리 같은 건 없는걸요.
헥토르 : 너 말야！
파리나 : 저희는 용병,
돈으로 고용된 장기말이라구요.
어설픈 동료 의식 같은 걸
기대하는 쪽이 잘못된 거예요.
저희가 신용할 수 있는 건
돈밖에 없으니까요.
헥토르 : 너...
파리나 :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.
헥토르 : 어이, 기다려.
파리나 : 왜, 왜요.
자, 잠깐 뭐하는 거예요
이, 이거 놔요！
헥토르 : 나 참
어쩔 수 없구만...
너, 당분간은
돌아다니지 마라.
또 쓰러져도 상관없도록
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.
파리나 : 시, 싫어요.
저를 쓸모없는 짐짝 취급해서
보수를 깎으려는 속셈이죠？
헥토르 : 멍청한 소리 그만해！
계약 따윈 상관없어.
눈앞에 죽을 것 같은 녀석이 있는데
내버려 둘 수 있을 리가 없잖아！
파리나 : 아...
자, 잠깐...
헥토르 : 자, 가자.
나는 다른 놈들보다 강하니까
아무렇지도 않아.
사람이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하잖아,
얌전히 받아들이라고.
파리나 : ...아, 알겠어요.